귀여운 토끼들의 섬, 오쿠노시마
일본 히로시마 현에 있는 섬인 “오쿠노시마(休暇村)”. 이 오쿠노시마에는 엄청나게 많은 토끼들이 살고 있습니다.
정확한 숫자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토끼들이 관광객들을 반겨주는데요. 사실 이 토끼섬에는 또 다른 이면이 있습니다.
독가스의 섬, 오쿠노시마
오쿠노시마는 일본의 독가스 제조공장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날때까지 6616톤에 달하는 독가스들이 오쿠노시마의 독가스 제조공장에서 제조되었으며, 전쟁이 끝난 뒤에는 약 65만개의 독가스 탄들을 오쿠노시마에 묻어버렸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네요. 현재 독가스 제조공장은 독가스 피해자들에 의해 박물관으로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습니다.
비밀리에 사용된 독가스
1차 세계대전에서 독가스가 광범위하게 사용된 이후, 세계 각국은 독가스의 잔혹함에 공감하며 독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반대로, 1920년 들어 일본 군대를 현대화 하자며 독가스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세계 추세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보니, 독가스 사용은 비밀리에 이뤄졌습니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독가스 통을 회수해 오기도 했고, 가급적 독가스를 사용한 전투에서는 상대방을 다 죽여 독가스 사용 사실을 은폐하려 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독가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독가스 제조공장에서 주로 일했던 사람들이 바로 소학교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어린이들이었다는 것입니다. 공부하면서 일할 수 있는 공장이라고 소개시킨 뒤 어린아이들에게 독가스 제조를 시켰다고 합니다. 독가스가 위험한 무기가 아니냐고 물으면, 상대방을 고통없이 제거하는 무기라고 속였다고 하구요. 그들이 만들었던 독가스는 구토를 유발하는 매우 고통스러운 독가스였습니다.
마지막, 토끼섬의 반전
오쿠노시마에 토끼가 이렇게 많은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알려진 사실은 없습니다. 크게 두 가지의 가설이 있는데요. 하나는 천적이 없어서 토끼들이 무한번식하기 시작했다는 설입니다. 1971년에 들어온 8마리의 토끼가 폭풍번식을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설은 좀 충격적입니다. 사실 이 토끼들의 조상은, 독가스 제조공장에서 독가스 실험용으로 사용되던 토끼들이라는 거죠. 제조공장이 망하고 갈 곳을 잃은 토끼들이 오쿠노시마의 주인이 되었다는 겁니다.
아무튼, 혹여나도 토끼섬에 가신다면 귀여운 토끼들도 좋지만 이런 역사의 풍경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망각은 같은 실수를 만들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