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이 출시되었습니다. 과거 수많은 게이머들을 컴퓨터 앞에 붙들어 놓았던 삼국지 조조전을 넥슨이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이들이 우려했는데요. 일단 아직까진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긴 어려우나, 생각보다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아무튼 조조전 온라인이 나오면서 7번째 영걸전이 출시된 셈이 되었습니다. 아마 ‘벌써 7번째? 그럼 그전에 6개나 있었단 말이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오늘은 이 7개의 영걸전에 대해 짤막하게 이야기하는 글을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1. 전설의 시작. 삼국지 영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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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DOS라는 운영체제를 쓰던 시절. 삼국지 영걸전이 출시됩니다. 유비를 주인공으로 하여 천하통일까지 진행하는 SRPG였습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컴퓨터 RPG의 대세는 SRPG였습니다. SRPG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쉽게 설명하자면, 문명에서 전투 부분만 플레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영걸전은 상당히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큰 인기를 얻었는데요. 내가 좋아하는 장수들을 직접 전투시키고 성장시킨다라는 것이 큰 매력 포인트였던 것 같습니다. 삼국지처럼 내정 문제 신경 안 쓰고 오로지 전투만 하면 된다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그런 인기 덕에 영걸전은 후속작을 출시하게 됩니다.

  1. 공명의 삼국통일, 삼국지 공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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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삼국지 영걸전의 2번째 시리즈인 공명전이 출시됩니다. 여기서는 공명이 주인공이며, 공명이 삼국통일을 이뤄내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윈도우를 기반으로 삼아(윈도우 3.1, 윈도우 95 총 2가지 버전 존재), 전작에 비해 엄청나게 상승한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전작 난이도가 너무 높다고 생각했는지, 공명전은 난이도가 전작에 비해 엄청나게 쉽습니다. 행동 하나하나를 치밀하게 계산해야 했던 영걸전에 비하면, 공명전은 별생각 없이 해도 엔딩까지 볼 수 있죠.

개인적으론 일기토 때마다 나오는 애니메이션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 보면 상당히 촌스럽지만, 당시만 해도 상당히 센세이션 한 효과였습니다. 공명전 또한 성공하면서, 후속작이 나올 법 했지만 당분간 후속작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선 후속작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1. 일본 역사를 다룬 영걸전, 모리 모토나리 : 맹세의 세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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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전의 성공 이후, 코에이는 그다음 영걸전으로 일본 역사를 다루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임이 1997년 출시된, ‘모리 모토나리 : 맹세의 세화살’입니다. 일본 전국시대의 인물인 모리 모토나리를 주인공으로 삼은 게임인데요. 수많은 일본 전국시대 인물 중 모리 모토나리가 주인공인 이유는, 당시 NHK에서는 모리 모토나리를 주인공으로 한 사극을 방영 중이었기 때문이죠.

공명전의 그래픽을 발전적으로 가져왔으며, 난이도는 다시 영걸전 수준으로 복귀했습니다. 그래서 영걸전 시리즈 마니아들에겐 조조전과 더불어 최고의 영걸전 게임이라고 평가받기도 하는데요. 특히 영걸전 시리즈 중 처음으로 주인공이 도중에 사망, 아들인 모리 테루모토가 그다음 주인공이 되는 게임입니다.

일본 역사를 다루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수입되지 못했고, 그래서 해보신 분들이 상당히 적습니다. 어떻게 비공식적 루트로 구한다 해도, 언어의 장벽에 막히는 경우가 많았죠.

  1. 오다 노부나가를 주인공으로 세운, 오다 노부나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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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모토나리 : 맹세의 세화살’의 후속작 또한 일본 역사를 다룹니다. 전국시대 인물 중 한 명이었던 오다 노부나가를 다루는, 오다 노부나가전이 4번째 영걸전으로 등장하게 되는데요. 1998년 9월에 발매됩니다. 매년 꾸준히 영걸전 시리즈가 나온 것이죠.

무기 레벨업 시스템, 무기에 따른 클래스 변경 시스템 등 새로운 시스템을 많이 도입합니다. 출전 장수 숫자에 제한이 없고, 그만큼 적들도 무진장 쏟아져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특정 장수를 없애지 않으면 졸병들이 무한으로 리젠 되는 경우도 있는데, 게임이 아군 레벨에 맞춰 적군 레벨이 결정되는 시스템이라 렙업 노가다가 큰 의미가 없어서 졸병 무한 리젠이 별로 좋은 일이 아니게 됩니다.

일본에선 큰 인기를 얻었지만, 역시나 일본 역사를 다루다 보니 우리나라에선 수입되지 못 합니다. 그러면서 2년 동안 우리나라에선 영걸전 시리즈가 공백 상태로 남게 되죠.

  1. 우리나라에선 3번째, 일본에선 5번째 영걸전. 삼국지 조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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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2월, 삼국지 조조전이 발매됩니다. 오다 노부나가전 이후 3개월 만에 발매된 셈인데요. 설에 따르면 당시 코에이는 사장이 바뀌었는데, 새로운 사장이 조조의 팬이라 조조전을 만들게 되었다고 하네요. 아무튼 지금까지 영걸전의 모든 노하우를 총 집대성한 게임이 조조전이며, 그 덕에 조조전은 지금까지도 다양한 개조 버전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선택에 따라 사실 모드와 가상 모드로 나뉘는 방식은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가상 모드의 경우 상당히 가상이라, 마왕이 등장하는 등 동양 판타지의 세계로 가버립니다.

아무튼 이렇게 인기가 좋았지만, 조조전을 끝으로 영걸전 시리즈는 끝을 맺게 됩니다. 더 이상 후속작이 나오지 않게 된 것이죠.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때쯤부터 SRPG는 서서히 인기를 잃어갔던 것 같습니다.

  1. 2016 발매된 영걸전 리메이크, 진삼국무쌍 영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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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8년이 지납니다. 영걸전의 자리는 무쌍이 대신하게 됩니다. 당시 인기가 좋았던 SRPG를 토대로 영걸전을 만들었다면, 액션 RPG의 시대가 되니 무쌍 시리즈를 만들어 온 셈이죠.

진삼국무쌍 15주년을 맞아, 코에이테크모는 진삼국무쌍 영걸전을 발표합니다. 시대를 풍미한 자기 회사의 두 브랜드를 융합한 이 게임은, 처참하게 망합니다. 이도 저도 아닌 게임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1. 그리고, 지금의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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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코에이테크모는 넥슨과 함께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을 만듭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 평가하기엔 이르다고 생각이 들지만, 과거의 느낌은 확실히 있는 게임입니다. 최근 모바일 게임들처럼 닥치고 돌격하면 알아서 되겠지 싶은 마음으로 플레이했다가 연의전 첫판에서 게임오버 당해보니, 요즘 게임과는 다른 느낌이긴 하구나 하는 생각이 확실히 들더군요. 일단은 더 해보고 평가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